한동안 뜸했던 중량감 있는 뮤지컬 작품들이 속속 무대에 오른다. 대체로 3개월 이상 공연일정이 잡혀 있어 느긋하게 감상을 준비해도 될 것 같다. '올슉업'과 '형제는 용감했다'는 새로운 버전은 아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뉴페이스'를 무기로 관객들을 공략한다. 모처럼 만나는 국내 초연작도 눈길을 끈다. 스위스극장의 '몬테크리스토'는 해외 첫 무대로 서울을 택했다. 100억원 이상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 '미스사이공'은 경기 고양에서 성남으로 자리를 옮겨 이달 중순 새롭게 선보인다.
■'올슉업' 히트작 반열 오르나
지난달 말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막 오른 '올슉업'은 2007년 초연과 지난해 앙코르에 이은 세번째 공연. 초연 당시 스타급 배우 한 명 없이도 탄탄한 내용과 연기파 배우의 열연에 힘입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엔 가수 겸 배우 손호영의 등장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자리를 굳힌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제작사 오디컴은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에 이어 자사의 히트작 반열에 '올슉업'의 이름을 새롭게 올리고 있다.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게 오디컴의 판단.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 음악, 빠른 템포의 파워풀한 안무, 전 세대에 걸친 사랑 이이야기 등 흥행 요소들이 적절히 섞여 스테디셀러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측면에서다.
이번 무대는 초연과 앙코르 공연 당시 활약이 컸던 배우들을 우선 조합한 가운데 네 명의 '뉴페이스'를 끌어들인 것이 특징이다.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각광받고 있는 송용진, 드라마·음반 등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는 김보강이 손호영과 함께 주인공 채드 역을 맡았다. 데니스 역을 맡은 정상훈은 초연 때 같은 역이었던 배우 정성화와 흡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슉업'은 정성화의 뮤지컬 출세작으로 꼽혀 왔다. 풋풋한 첫사랑을 연기하는 딘 역에 25세의 신예 정원영이 기용됐다. 공연은 오는 6월 20일까지.
■온유의 힘 '형제는 용감했다'
지난 2008년 3월 초연 이후 이번 무대가 네번째. 최근 2년 새 세 차례나 공연을 올렸으니 신선도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금발이 너무해'에서도 입증된 장유정(연출)·장소영(작가) 콤비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은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경북 안동 종갓집을 배경으로 한 국내 창작뮤지컬. 아버지 유산인 1등 복권을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가족 간 갈등, 화합을 다룬다.
줏대 없는 무능한 형 석봉 역에 홍록기와 김재만, 서울대 출신의 삐딱한 동생 주봉 역에 온유와 이지훈. 네 명의 주인공 모두가 이번 공연의 '뉴페이스'지만 초반 흥행몰이에 나선 이는 단연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리더 온유다. 이번이 뮤지컬 첫 도전인 온유는 이미 3회 출연분(회당 800석)을 2분 만에 전석 매진시켰다. 하지만 8일 첫 무대에 선 온유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가족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는 만큼 내달 '가정의 달'에 얼마나 선전할지도 기대가 된다.
제작사 PMC 측에 따르면 '형제는 용감했다'는 이번 무대를 끝으로 앞으로 1∼2년은 공연이 없다. 자칫 '과속 공연'으로 부각될 수 있는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한 측면에서다. 1일부터 오는 6월 2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
■모처럼 만나는 최신작 '몬테크리스토'
몬테크리스토는 모처럼 만나는 최신작이다. 올 초 히트작 중 하나인 '모차르트!'를 만든 EMK의 또 다른 야심작. 지난해 3월 스위스에서 초연됐고 이번 서울 무대가 첫 라이선스 공연이다.
가장 기대되는 건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이 맡은 음악이다.
출연진도 막강하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드몬드) 역에 뮤지컬계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류정한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엄기준·신성록이 캐스팅됐고 여주인공 메르세데스 역은 블루칩 옥주현, '선덕여왕' 미실 역으로 인상 깊었던 차지연이 공동으로 맡았다.
'삼총사'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작. 로마와 파리, 해적선, 보물섬 등을 종횡무진 오가는 장면들은 영상 처리로 최근 가닥을 잡았다. 독일어권 대본이 국내용으로 얼마나 잘 각색될지가 관건. 오는 21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려 6월 21일까지 공연된다.
■성남에선 파트너 바꾸는 '미스 사이공'
지난달 13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막을 올렸던 '미스 사이공'은 이달 16일부터 경기 성남아트센트로 자리를 옮긴다. 내달 중순부턴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9월까지 4개월간 대장정이 예정돼 있다. 4년 만에 무대에 오른 '미스 사이공'은 작품성, 연기, 무대, 음악 등 종합적으로 '강해졌다'는 평이 우세했지만 티켓 판매는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성남과 서울로 무대로 옮기면서 대반전을 이끌어낼지가 관전 포인트.
성남 무대부터는 커플 상대역이 뒤바뀌는 것도 눈길을 끈다. 그동안 '이건명-임혜영' '마이클 리-김보경'이 커플로 나왔지만 이젠 '이건명-김보경' '마이클 리-임혜영' 무대도 즐길 수 있다. 터프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크리스' 이건명과 애절하지만 강단 있는 '킴' 김보경, 부드러우면서 로맨틱한 '크리스' 마이클 리와 여린 듯하면서도 끈기 있는 '킴' 임혜영의 새로운 만남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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