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white 2nd story

안녕하세요..
다음에서 손호영씨 이름을 검색해보니 제일 처음 나오는 웹은 공식싸이트인것 같은데
그곳에 글을 올리려니 회원이 아닌지라 게시판에 접근할수 없다는 메시지에 굳이 글 한번 남기기위해
회원가입을 할 필요까지는 없는것 같고, 두 번째로 뜨는곳이 이곳이어서 여길 찾게되었습니다.
사실 검색창에서 손호영이라는 이름도 처음 쳐봤습니다.
손호영씨에게 관심있거나해서 여길찾아 구태여 글을 남기는 건 아니고, 손호영씨 팬 때문에 괴롭고 힘들어서 글 남깁니다.

저는 지금현재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서 공익요원으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소속은 학교지만 업무부서는 유치원입니다.
우리 유치원에 손호영 광팬인 선생님이 한분 계십니다.
저보다 무려 9인가 10살이 더 많으신걸로 알고있습니다.
얼마전에도 선생님은 손호영을보러 다녀오시더니 그 다음부터 매의 눈으로 가끔씩 저를 주시하며
평소와는 다르게 사근사근하게 저한테 잘해주셨습니다.

지난주였나?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저보고 서울구경갈래?하고 물으십니다.
간 김에 손호영씨 공연도 보여준다는 말에 저는 냉큼 오케이했지요.
하지만 저는 왕복차비와 공연티켓값까지 선생님이 다 제공해주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차편예약할 때 “니 차비는 니가내라~! 내가 자선사업가냐? 비싸고 귀한 공연보여주는게 어딘데
차비까지 기대하냐?”면서 양심에 털난 놈이라며 저를 몰아세웁니다.
하지만 저역시도 관심도없는 가수한테 아무리 공짜공연이라지만 굳이 10만원 이상의 차비를 쓰고싶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실 선생님의 의도도 불손했다고 봅니다.
주말에는 같이보는 일행이 있는데 평일에는 같이볼 일행이 없는것과 손호영이 공연장가서 남자관객을 주시한다며
저를 이용하려했던 걸로밖에 해석이 안됩니다.
뭐 결과적으로는 틀어져서 선생님혼자 공연을보러 가셨습니다.

어제 출근한 선생님을보니 그 좋아하는 손호영을 보고왔음에도 엄청 피곤하고 아파보여 저도 미안한 마음도 있고해서
“선생님, 나 다음주 친구들 만나러 서울갈껀데 그때 같이 손호영 공연보러 갈래요?” 하고 말 꺼냈다가
“우끼네~! 이미 버스는 떠났어 임마! 호영이 공연 끝날걸랑~ 니나 실컷 서울가라!!!”하고 살벌하게 쏘아붙이는 겁니다. -_-

그런데 어제아침 출근해서 제 책상위로 A4용지 가득 적혀있는 메시지가 [**이 할 일]이라는 제목으로
20가지가 넘게 빽빽하게 적혀있는 겁니다.
사실 요즘은 방학이라 평소보다 일이 그다지 많지않은 편인데 이건 학기중보다 일이 더 많습니다.
완전 더웠던 어제 오전엔 아이들 물놀이 할꺼라고 풀장을 설치하라고 합니다.
3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는 규모의 풀장을 1시간에 걸쳐서 설치하고, 물까지 다 받아놓고나니 바지까지 땀에 젖어서
비맞은것처럼 축축하게 온 몸에 달라붙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뼈빠지게 설치했는데 달랑 40분정도 물놀이하고 그거 다시 철거하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물 아까우니 절대 그냥 버리지말고 텃밭에 주라는 겁니다.
열이 받았지만 저도 해보자는 깡다구로 초등에서 양수기 빌려와 텃밭으로 풀장 물을 다 뺐습니다.
텃밭에 물 다 주고 오후에 뻗어있을 틈도없이 텃밭 잡초제거하라고 합니다.
풀장 설치했다가 철거하고, 양수기로 물빼는데 걸린시간은 장장 3시간 남짓.. 아이들 물놀이 시간은 약 40여분..-_-v

저는 a4용지에 적혀있는 일거리가 해야할 일로만 알았는데 그게 하루만에 해야할 일이었다는 것에 완전 절망했습니다.
저 혼자 비오듯 땀 흘리며 일하고있으니 초등공익(우리 학교엔 저까지 포함해서 공익이 3명입니다)들이 와서 도와줍니다.

어제의 힘든 여정을 돌이켜보니 싹 바뀐 선생님의 태도는 손호영 콘서트를 제낀것에 대한 복수라고밖에 해석이 안되는겁니다.
오늘 아침 출근했는데 어제 제가 다 못 끝낸일에 오늘의 일까지 더 붙어서 오늘의 A4용지는 더 빽빽하게 적혀있는걸 보니 어찌나 열이 오르던지.. +_+;;
출근하자마자 조퇴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누르며 일을하다가 나중엔 짜증이나서 남은건 내일 할께요~!!했더니
'내일은 내일의 할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

참다가, ‘선생님 내가 손호영 콘서트 안가서 지금 괴롭히는거 아니냐?’고 달라들었다가
‘니놈 생각하는 마인드가 틀려먹었다. 사실 방학하고 편하게 지내지 않았느냐? 그딴식으로 생각하는 니가 괘씸하다!!’ 고
쓴소리만 한바가지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선생님이 제 복무담당자라 매월 마지막주에 저의 출근일수와 근무태도를 평가하여 교육청에 올립니다.
평소에도 조금이라도 일을 늦게처리하거나하면 “평가 바닥친다!!”고 협박을 하시는데 당장 이번주 금욜이 평가올리는
날이라는 생각이들자 제 입을 꼬매버리고 싶었습니다.
더욱이 주변에 다른 선생님들이라도 좀 도와주실줄 알았는데
“좀 잘해라~!”라고 웃으며 한마디 해주시는데 그게 더 서럽습니다.

그랬는데 오늘 퇴근하기 전 공포스러웠던 한마디..
“**아, 내일 비 안오면 아이들 물놀이 할꺼니까 아침에 준비해야된다”는 말에 교회한번 간적없는 제가
오늘밤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자같은 성격이라 무섭다가도 일상생활이 웃긴분이라 편했는데, 이번주들어 선생님을 대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내일 비가 안오면 아침에 몸이 안좋다고 병가를 써야하나?를 심각하게 생각할만큼... =_=;;

선생님이 전에 우스갯소리로 ‘즐길수 없다면 피하라’ ‘고생 끝에 골병든다’ 라던 말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정말 피하고 싶고, 이대로 계속했다간 이번주 안에 더위먹어 골병들지 싶습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수 있는 방법이나 선생님을 다시 회유시킬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해보니
선생님이 좋아하는 손호영에 관한 얘기같은걸로 공감대를 형성하는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긴 글을 남깁니다.
손호영에 관한 정보나 조언은 팬분들이 많이 아실것 같아 무례하게 이방인이지만 글을 남깁니다.

도와주세요~~~